선인풍류 2009. 5. 29. 20:33

징비록>에는 이런 구절도 나오는 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조선을 구한답시고 온) 명나라 군사가 어느 날 밥을 잔뜩 먹고 술에 아주 취해서 길 가다가 구토를 했다. 이를 보고 조선 백성들이 서로 먹으려고 달려들었는데, 뒤에는 힘이 달려 밀려난 이가 서럽게 울고 있었다."
  

허허 ~~~~~~

~~~~~~~~````````````

마찬가지 어제 25일 밤에, 알고 지내는 한 후배가 전화를 했습니다.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노무현 죽었다는 얘기 처음 들었을 적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온통 무력해지고 멍해지네요."

저는 말해 줬습니다. "그래, 나도 그렇네.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글도 아예 써지지 않는다. 뭔가 적어서 올려야겠다 생각은 드는데, 글이 자꾸 꼬이고 꼬여 말을 듣지를 않네. 답~답~하다."

술 마셨느냐 물었습니다. 아니라 했습니다.(그러고 보니 저도 며칠 동안 술을 참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어 말했습니다. "그래도 대통령을 지낸 사람인데, 그런 사람조차 저토록 피투성이가 돼서 죽도록 만든 권력이라면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그이는 이명박 대통령과 이명박 정부가 밉지도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냥, '질리기만' 할 뿐이고, '징그럽기만' 할 뿐이고, (노 전 대통령과는 생각이 다르지만) 그이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인간들이랑 같은 땅에 발 딛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만' 하다고 했습니다.

 

. '너무 많이 기대한 우리가 잘못인지……'


 


이쯤 되니까, 그저께 받은 이메일이 떠오르더군요. 사귄지 2년 된 분이 보냈는데, 여기서 일일이 그 내용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어제 많이 울었다", "너무 많이 기대한 우리가 잘못인지, 아니면 기대하도록 만든 노무현이 잘못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읽는데, 이 '기대'라는 낱말이 자꾸 흐려졌습니다. 이를테면 눈물이 나와서 그런 것이 절대 아니고요, '아무리 많이 맞고 아무리 크게 당해도 반드시 다시 일어서고 말리라'는 기대를, 우리가 스스로도 몰래 품었음이 분명하겠다 싶어서였습니다.

저는 그저께 밤 이 메일을 열어보고는 답장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잠들었습니다. 그러고는 아침에 일어나 신문을 봤습니다. 한 신문 1면에는 장대비가 내리꽂는 가운데서도 꼼짝 않고 조문 차례를 기다리는 사진이 있었습니다. 다른 신문 1면은 그렇게 서서 기다리는 행렬이 4km 남짓 이어져 있는 사진을 실었습니다.

두 사진을 겹쳐놓고 보는데, 뜻하지 않게 삐질삐질 눈물이 나왔습니다. 얼굴이 찡그려지면서 '으으' 신음까지 났습니다. 하지만 저는 곧바로 눈물을 훔치고 얼굴을 씻고는 '쌩깠습니다.' 중학교 3학년 우리 딸이 깨어나 "아빠 왜 울어?" 이러면 대답할 말이 '너무너무' 궁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