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안의 언덕& 행복이 있다/나의이야기

어느 배관공의 가르침

선인풍류 2010. 3. 27. 22:31

22 11:05 http://cafe.daum.net/poetsea/5KW/7844 




    어느 배관공의 가르침 "고민이 많으신가 봐요? 머리카락이 이렇게 많이 나오네." 아파트 세면대가 막혀 이리저리 손을 써봤지만, 잘 안 돼 관리실에 부탁하니 한 육십 대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가 배관도구들을 들고 나타났다. 그는 대뜸 어디가 막혔냐며 화장실 쪽으로 가더니 한참 화장실 배수구 밑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기구를 사용해 뚫어보고 락스를 들이붓고 하더니 머리카락을 한 움큼 집어 올렸다. 그는 이왕 온 거 변기도 봐주겠다며 텔레비전 광고에서 유행하는 '되고' CF송을 부르며 변기를 손보기 시작했다. "막힌 건 뚫으면 되고, 터진 건 때우면 되고…인생 뭐 있나요?" 배관공 아저씨는 그런 인생의 긍정과 낙관적인 자세를 어디서 터득하게 된 것일까. 그의 말처럼 인생을 살다가 사건이 터지면 땜질해주면 되고, 가는 길이 막히면 뚫어주면 되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생겼다. 돈이 없어지면 벌면 되는 거고, 감기에 걸리면 더 건강에 신경 쓰면 되고, 아이가 성적표를 나쁘게 받아오면 다음엔 더 잘 보라고 격려해주면 되고……. 살다보면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는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데 결혼식 청첩장, 돌잔치 초대장이 날아오고, 마이너스 대출 통장에 만기가 다가오는데 가족 중에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는 사람이 생기고. "난 왜 이렇게 안 좋은 일만 생기는지……" 한 심리학자는 자신에게 안 좋은 일만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그런 일만 생기고, 좋은 일만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좋아 보이는 심리현상이 있다고 말한다. 생각해 보면 정말 그렇다. 당장 생계가 걱정이라면 새벽에 우유라도 돌리면 되는 거고, 사람을 더 만나 일거리를 찾아보면 되는 거고, 회사의 사장이라면 어렵다고만 말할 게 아니라, 직원들이 헤쳐 나가기 어려운 일은 앞장서서 뚫고 나가면 되는 거고……. 그런 생각을 하자, 예전에는 왜 좀 더 긍정적인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돌이켜 보게 됐다. 물론 말처럼 모든 게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더라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모든 면에서 힘을 발휘할 게 분명했다. 배수구가 뚫린 다음, 우리 집엔 모든 일이 다 잘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전경일 지음 |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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