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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숭례문
올 것이 오고야 만 것인가
낭인의 더러운 칼,
국모의 흰 가슴으로 받아내며
더운 피 쏟아내던
밤도 이렇터이까?
아 어머니시여 !
그렇게
아픔이 세월에 녹는가 했더니
뻘건 화염으로 벼린
칼 날이 또 다시
망나니 춤을 추며
컴컴한 어둠을 긋더니...
다시금 칼부림당해
쓰러지던 밤,
불길에 난자 당하며
와르르 한반도의 허리
다시 꺾는 모습
내내
눈물삼키며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고즈넉이 내려다보시며
언제나 활짝 벌리시던
당신의 넉넉한 품과
형형색색 단청으로 분칠하고
곱게 차려입은
단아한 자태로 서서
해저물녁 동구밖 너머
바튼 숨고르던 피붙이들
기꺼이 열린 문으로 맞아주던
그윽한 손길,
이제는 영영 못 볼 것 같아..
당신의 허리로 견주어
둘러치었던 담너머
고대광실 기름진 기와 지붕이건
언발 구르며
난전 벌이는 장터붙이의
허름한 지붕이건
그저 한결같은 낯빛으로 굽어보며
해종일 당신의 푸근함 거두지않고
쓸어내리시더니..
백성의 심장은 이렇듯 으깨지고
육백을 헤아리던
긴 긴 아성을 능욕당한
처참한 몸,
정녕 추스르지 못해
그렇게 무릎꿇고 갈래갈래
발라지고
내쳐지고
흩어졌으니..
아 어머니시여!
굶주린 배 움켜쥐고
상경하던 새벽
낯설어 두리번 대던
당신의 선남선녀의 서러운가슴,
긴 치마폭으로 둘러쳐
감싸안아서는
괜찮다,괜찮다 하시던 의연함은
어디간 것인지요
올것이 오고야 만 처참앞에
헛울음과 긴 통탄도
가물대는 연기사이로
시름시름 사위었다.
그렇게 멱살잡고 드잡이한들
반신불수
형체없는 육신은
목놓아 불러도
대답이 없구나
돈추렴에 들떠
건성으로 떠 받든
하늘님 아랫 것들의 기름진 배와
백성을 볼모로 옳커니 그르거니
시정잡배의 패싸움으로
날을 지새우며
저지르고 ,찌르던 그 패악을
당신은 견디지 못한 것인지요
당신의 품 속처럼
서까래 밑 적심목과
누각을 떠받친 기둥,
문설주 어딘가에 저며두던
당신의 화는 끓어올라
끝끝내 불길로 엮어내며
키웠단 말이가요
당신의 팔벌린 몸 추스려
춤사위 벌이소서
펄럭이는 날개 되어
저 하늘로 날아 오르시옵소서
여기 남겨진 자
가슴 가슴이 찢겨발겨진 채
잿더미 아래서
뒹구르며 한없이 한없이
머리풀고 통곡으로
발을 굴러 애닲아 할터이니
아! 어머니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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