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서른한살의 직장인 여성입니다.
금요일, 영결식 날이었습니다.
집안일로, 수요일에 본가 (대전)에 갔다가, 노제에 참석하려고
새벽 다섯시에 서울로 돌아왔지요.
서울에 돌아와서, 바로 시청으로 가서 노제에 참석했습니다.
땡볕에서 다섯시간쯤 지나서, 오후 2시 무렵이 되니,
어지럽기 시작하며, 어쩌면 쓰러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돌아설 수가 없었습니다.
삼각지까지 따라가다,
전경들에 의해 운구차를 놓치고 돌아서니 다섯시가 훨씬 넘었습니다.
내가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만 같습니
쓰러질 것 같던 저는 길가에 한참을 앉아 숨을 고르다가, 택시를 잡았습니다.
빨갛게 부은 눈으로 헉헉거리며 택시에 탄 저를 보고, 백발이 성성한 기사님은 물었습니다.
"노제에 참석했느냐."
그렇다고 하며,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하자 기사님은 딱 한마디를 하셨습니다.
"왜 자살을 해... 그건 안되지."
으응? 왜 자살을 하냐.. 지금, 그 한마디 뿐이란 말이야?
약간 원망섞인 제 눈빛을 보셨는지 기사님이 또 말을 이었습니다.
"왜 이명박대통령을 원망해.. 어쨌거나 선거해서 뽑힌 사람이잖아. 자네는 투표 꼬박꼬박 했는가?"
그 말을 듣고나니, 할말이... 없었습니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그 말을 실감하며 자신을 더욱 자책한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기사님은 투표 꼬박꼬박 하셨느냐고.
"나는 맨날 한나라당 뽑았어. 투표일에 아침 여섯시에 일어나서 투표하고, 일하러 나와."
백발이 성성한 그 어른이,
잘못된 정보를 듣고 계시고, 잘못된 선택을 하셨다라고 설명하기 이전에,
저는 그 어른처럼 꼬박꼬박 투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닥치고 있어야 했습니다.
투표도 안한 주제에,
노제에 참석해서 눈물흘리고, 가슴 저리게 억울해한 것이 창피했습니다.
닥치고 투표나 할 것을.
내 친구가 그럽디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투표는, 누군가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당선되지 않아야 하기에 해야하는 거라고.
지금,
투표율이 50%밖에 안되는 제가,
대통령의 죽음에 이렇게 슬퍼하는 것도, 참 웃기는 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통령님, 죄송합니다.
정말로 지켜드리지를 못했습니다.
현 대통령 탄핵을 할 수도 없고,
미디어법 통과를 막을 수도 없습니다.
제가 투표를 안한 덕분에,
치사한 시정잡배들한테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되었다는 것을,
어느때보다 실감하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나를 자책하면서, 촛불을 들고 나가는데도 힘이 하나도 나질 않습니다.
난 무얼한걸까요.
노무현 대통령께 투표하고, 대통령이 된 걸 기뻐하고,
이제 대통령이 되셨으니, 잘하실거야.. 그러고는
힘이 되어 드리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죽겠습니다.
.내가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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