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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에 쏠린 눈 지난달 31일 서울대 법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대운하 토론회에 많은 사람이 참석해 대운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이승환기자> |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핵심 공약인 대운하 건설에 서울대 교수들이 단체로 제동을 걸었다.
서울대 교수 80여 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은 지난달 31일 서울대 법대 100주년 기념관 대강당에서 '
한반도 대운하,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모임은 대운하를 반대하는 대표적 전문가인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홍종호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홍성태 상지대 문화컨텐츠학과 교수 등을 초청해 주제발표를 맡겼다.
# 경제성 없다
홍종호 교수는 "
경부운하는 14조원 또는 20조원이 든다는 당선자 측 주장과 달리 40조~50조원이 드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직접 공사비 말고도 연간 2000억원대 유지 관리비, 교량 재시공비, 취수원 이전비, 간접 취수비 등을 모두 합친 계산이다.
홍 교수는 또 "당선인 측 비용 주장을 수용하더라도 비용 대비 편익은 0.05~0.28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100원을 투입하면 최대 28원, 심지어 5원밖에 벌어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
경부운하를 이용할 화물도 거의 없다고 홍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자동차ㆍ조선ㆍ반도체ㆍ휴대폰ㆍ철강 등 어느 것도 운하를 이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ㆍ휴대폰은 비행기로 나르고, 수입 컨테이너는 운송 전 과정을 감안해도 부산에서 서울까지 도로로 10시간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란다. 심지어 시멘트마저 주력 회사가 연안에 위치하고 있어 해상 운송이 유리하다.
이 밖에 홍 교수는 운송사고가 발생하면 환경 재앙이 염려되는 화학제품 같은 민감 품목을 식수원인 한강을 통해 운송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운하는 수송 시간도 늦다.
독일 마인~도나우 운하 운행 속도를 따라간다고 해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최소 사흘은 걸린다는 게 홍 교수 계산이다.
수십 개 다리를 철거하고 재시공하는 데 따른 교통난도 고려해야 한다고 홍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바지선이 아슬아슬하게 교량을 통과할 수 있는 높이 11m를 기준으로 해도 경부운하 건설로 철거할 다리는 48개며 통과 높이를 13m로 잡으면 모두 60개 교량을 철거하고 재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 지형ㆍ기후에 부적합
박창근 교수는 "한국은 안정적인 수량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유럽에 비해 한국은 여름철 3개월 동안 강수량 중 3분의 2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와 독일 자연조건이 아주 많이 차이 나기 때문에 (당선인 측 주장처럼)독일 운하를 벤치마킹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물론 댐ㆍ갑문을 지어 여름철 강수를 흘려 보내지 않고 가둬서 용수를 확보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홍수 위험이 높아진다고 박 교수는 주장했다.
여주 갑문 상류부 12㎞ 구간은 홍수 때 범람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 같은 현상이 모든 갑문 상류부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게 박 교수 계산이다.
플로리다는 반도 구석구석을 운하로 연결하기 위해 구불구불한 강을 직선으로 펴는 한편 수심을 10m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강바닥을 파고 댐과 갑문을 설치해 1928년 운하를 완공했다. 그러나 완공 직후 홍수가 발생해 2000여 명이 죽는 참사가 벌어졌다.
# 생태계 단절로 환경 파괴
김정욱 교수는 "플로리다는 운하 건설로
부영양화가 일어나면서 물이 갈색으로 변했고, 이 물이 지하수로 스며들어 거의 모든 운하 지역 지표수와 지하수에서 냄새가 나게 됐으며 수중생물이 사라지면서 물새들도 90~95%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또 "강과 육지 사이에 단절이 일어나면서 식생에 큰 변화가 일어나 키가 엄청 큰 초본류들이 나타나는가 하면 토양이 유실돼 지금까지 거의 1.5m 두께의 흙이 사라졌다"고 개탄했다.
플로리다 운하 가운데 카시미강은 운하 건설에 3000억달러가 들었는데 복원공사에는 3조달러가 소요됐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이 밖에 홍성태 교수는 "운하 예정지 주변 지정문화재는 72곳, 매장문화재는 177곳에 이른다"며 "이명박 운하는 세계적인 역사문화 파괴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김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