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이 침몰하면서 떨어져나간 가스터빈실의 덮개 부분이 무언가에 충돌한 흔적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 주목된다.

서재정 미 존스홉킨스대학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3일 공개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봉주10회’(천안함특집편)에 출연해 천안함 선체 모습에서 좌초와 함께 충돌의 흔적이 발견된다며 국정조사 등 향후 진상규명 재조사 때 반드시 이를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서 교수는 천안함 침몰 가설을 예로 들면서 어뢰격침설은 이미 내놓은 모의폭발실험 데이터(에너지분광기실험·EDS)를 신뢰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배재한 뒤 충돌설을 유력한 가설로 제기했다.

국방부 합조단의 최종보고서에도 충돌설과 관련해 배와 배가 충돌할 경우 나타나는 ‘위에서 아래로 찢겨지는 흔적이 보이지 않아 충돌은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린 것에 대해 서재정 교수는 “가스터빈실(의 덮개) 부분을 보면 좌초나 기뢰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흔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스터빈을 포함해 함수와 함미 등 세동강 난 천안함의 가스터빈실에 대해 “윗부분이 강한 물질에 의해서 위에서 아래로 눌려서 밀려들어간 흔적이 있다”며 “배의 밑바닥 부분을 쭉 밀고 들어가 가스터빈실 부분을 위에서 밑으로 눌러주고, 함수와 함미는 앞뒤로 밀어내는 흔적이 보인다”고 밝혔다.

천안함 함미

 

무엇과 충돌했는지에 대해 서 교수는 당시 한미연합 훈련 때 참가한 미국잠수함 외에 한 국가의 잠수함을 예로 들어 “천안함 선체의 파손 부위 길이가 8m 정도되는데, 미국 잠수함은 8m에 갖다 끼기엔 너무 크다”며 “당시 (어떤 국가의) 잠수함도 같이 합동훈련도 참가했다. 그 잠수함의 길이와 지름을 보면, 천안함 생긴 구멍에 딱 맞는 크기”라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이것 만으로 잠수함 충돌이라 단정할 수 없지만 국정조사를 하든 뭘하든 진상규명하는 과정에서 이 가설도 중요하게 검토해봐야 한다”며 “보고서 사진 보면, 둥그렇고 커다란 구멍 뚫려있는데 기뢰나 좌초, 근접어뢰로는 생길 수 없는 구멍”이라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근접어뢰로 이런 흔적이 나올 수 없다는 근거는 합조단의 최종보고서에도 등장한다며 “어뢰가 근접폭발할 경우 버블이 생겨서 선박이 파손될 수 있다는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아주 엄밀한 과학적 시뮬레이션했는데, 백이면 백 선박이 밑에서 위로 찢겨지지 위에서 아래로 찢겨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서 교수는 좌초의 흔적에 대해서도 가장 유효한 가설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찢겨진 흔적이 좌초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게 많다”며 “해군 보고에서도 최초 보고는 좌초였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좌초의 흔적과 충돌의 흔적은 확실하다”며 “특히 ‘제3의 부표’와 함수와 함미를 인양한 지점에 대해 제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가스터빈과 함미 함수쪽 절단면 상태. ⓒ합조단 최종보고서

 

이와 관련해 이날 공개된 나꼼수 방송에 출연한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전 민군합조단 민간위원) 역시 가스터빈실에 대해 “찌그러진 것 외엔 파편이 박혀있거나 하는 어떠한 손상도 없다”며 “폭발이라면 하늘로 날라갔어야 하는데 고스란히 있었고, 위치도 함미의 옆으로 밀려갔다. 명백한 충돌의 근거”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도 합조단의 천안함 선체와 1번 어뢰, 모의 폭발실험에서 나온 백색 분말가루 분석 데이터와 관련해 세 번째 데이터가 명백히 조작됐다며 “결국 근접 어뢰폭발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역설했다.

진행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그 데이터에 대해 “배를 가라앉혔다는 어뢰 폭발은 없었고, 북한이 나올 수도 없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폭발이 아니라는 근거에 대해 서재정 교수는 “근접어뢰폭발시엔 있어야할 파편이 전혀 없었다”며 “수거한 파편에서도 1번 어뢰와 동일한 금속성분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보고서에도 ‘천안함 사건에 사용된 어뢰 파편은 식별되지 못하였다’고 나와있고, 폭발시 발생하는 723도 이상의 열 이력이 없었으며, 열이력이 없는 전선의 절단이 있었다고 기재돼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방송에서 이승헌 교수는 천안함 선체와 어뢰에서 수거한 백색 분말가루가 폭발재가 아닌 ‘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이라는 것에 대해 합조단 조사에 참여한 한 과학자가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폭발로 결론을 냈다는 증언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조작의 주체가 된 과학자가 ‘황산염수화물이 맞는데 그렇게 얘기했다간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아 그렇게(폭발시 생긴 흡착물질이라고 결론을) 했다, 누군가 그 결론을 내자고 주도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천안함 가스터빈(위)과 합조단의 시뮬레이션 결과. ⓒ합조단 최종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