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항상 비밀스러운 장소를 감추고 있다. 인류가 아프리카 평원에서 기원한 이래 지구 전역으로 흩어져 나가면서, 사람들은 항상 무엇인가 경이로운 것, 때로는 두려운 것들과 맞닥뜨려왔다. 저 건너 언덕 혹은 저편의 산, 그리고 저 바다 너머의 세계는 새로운 것들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19세기까지 거의 모든 대륙의 경계들이 알려지게 되었고, 대륙의 안쪽으로도 꾸준히 탐험이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지구에 대해 점점 더 많이 알게 되어가도, 비밀스런 장소를 알아내려는 열정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잃어버린 대륙 - 아틀란티스
아틀란티스와 레무리아와 같은 잃어버린 고대 대륙을 찾아내려는 시도도 그러한 열정의 일환이다. 잃어버린 대륙에 대한 열정은 특히 19세기 이그나티우스 도넬리(Ignatius Donnelly: 1831-1901)라는 한 괴짜 미국인에 의해서 촉발되었다. 1882년에 그가 펴낸 <아틀란티스-대홍수 이전의 세계(Atlantis, the Antediluvian World)>라는 저서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잃어버린 대륙에 대한 흥미를 갖게하였다.
어떤 진화론자들은 특정한 종의 생물들이 거대한 대양을 사이에 두고 있는 여러 대륙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고대에는 그 대양에 잃어버린 대륙이 있다는 설명을 도입하기도 하였다. 또 여러 오컬트 집단들이 자신들의 우주론을 꾸미면서 이러한 잃어버린 고대의 대륙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신지학의 창시자인 헬레나 블라바츠키(Helena P. Blavatsky)였다. 그녀는 도넬리의 이론을 자신의 오컬트 영역으로 흡수하였으며, 이후로도 많은 오컬티스트들이 아틀란티스 혹은 레무리아를 주된 테마로 삼았다.
지구공동설(地球空洞說 : Hollow Earth)
비밀스런 공간을 찾으려는 사람들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우리가 사는 행성의 내부가 비어있으며 그 안에는 또다른 종족이 살고 있다고 주장하는 '지구공동론자'들이다. 지구공동론에는 한가지로 정리되지 않은 채, 다양한 형태로 변형된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우선 간략히 정리해보자.
여러 가지 지구공동가설에서 대체적으로 공통적인 점은 아래와 같다.
▷ 지구의 내부는 비어있으며 그 안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아틀란티스와 레무리아 대륙의 후손들이다. 지구 표면의 두께는 대략 800에서 1000마일에 달하며, 북극과 남극에는 지름 1,400마일에 달하는 구멍이 뚫려 있어서 때때로 그곳으로부터 비행접시가 출몰한다.
▷ 지구 내부의 한가운데는 조그만 태양이 있어서 그 안에 사는 사람들에게 빛을 비추어준다. 지구 내부의 태양이 비추는 빛이 극점의 구멍을 통해 외부로 나오게 되는 경우 오로라가 생겨난다. 북극과 남극의 이 구멍들은 짙은 구름에 덮여있지만 때때로 사진에 찍혀 보이기도 한다.
▷ 지구 내부의 태양이 구석구석을 온종일 비추기 때문에 기온은 항상 열대낙원과 같은 수준이다. 그리고 사실 에덴동산의 이야기도 바로 여기서 기원한 것이다. 이 지구내부 세상의 이름은 아가르타(Agharta)이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큰 도시의 이름은 샴발라(Shamballa)이다.
위의 공통적 견해 외에 수많은 다양한 변형 이야기들이 있다. 그중 잘 알려진 것만 몇가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비행접시는 지구내부로부터 날아오른다. 하지만 이들은 레무리아와 아틀란티스의 후손이 아니며, 나찌에 의해 건설된 비밀기지들이다. 이들은 여기 숨어서 세상의 전복을 기다리고 있다.
▷ 지구의 내부에는 생물이 살고 있지만 이들은 우리처럼 물리적인 실체가 아니다. 따라서 지구표면의 사물들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 지구는 4차원적으로 보았을 때는 내부가 비어있지만 3차원적인 의미에서는 그렇지 않다. 지구 내부에 사는 사람들은 사차원적인 존재들이며, 우리와는 텔레파시를 통해서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 지구만이 내부가 비어있는 것은 아니다. 달도 마찬가지로 내부가 비어있으며, 그 안에는 지성적인 생물이 살고 있다. 화성의 위성인 포보스(Phobos)도 마찬가지로 내부가 비어있다.
▷ 지구내부에는 도시들이 있지만 이들은 어떤 발전된 인간 문명에 의해 건설된 것이 아니라 외계인들이 건설한 것이다.
▷ 샴발라(Shamballa)와 같은 지하도시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 입구는 북극이나 남극에 있지 않다. 사실 그곳으로 가는 입구는 전혀 없다. 하지만 대신에 다양한 지역에 숨겨진 터널들이 있다. 이러한 터널들에는 이구아수(Iguassu) 폭포, 기자의 피라밋등이 그러한 입구들이다.
지구공동설의 흥망성쇠!
이러한 지구공동가설을 제일 처음 주창한 사람은 17세기에 헬리혜성을 발견한 에드문드 헬리(Edmund Halley)와 커튼 마더(Cotton Mather)라는 사람이다. 이들에 이어 19세기에는 존 클리브 시메스(John Cleve Symmes)라는 미해군장교가 북극점과 남극점 등을 통해 지구 내부로 가는 통로가 있다는 가설을 내놓으며, 이곳을 통해 지구내부로의 탐험을 시도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메스는 많은 사람들을 설득시켜서 1828년 결국 의회에서 그의 주장을 놓고 토의를 하게되었다. 하지만 빠듯한 예산과 당시 대통령이었던 앤드류 잭슨(Andrew Jackson)의 반대로 이 제안은 예산을 얻는데 실패하였다.
하지만 지질학이 발전함에 따라서 잃어버린 대륙을 주장하는 사람들이나 지구공동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나 모두 입지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래서 마치 오컬트주의자들이 잃어버린 대륙을 자신들의 이론으로 사용하듯, 지구공동론도 몇몇 괴짜 작가들에 의해서만 언급되게 되었다. 마샬 가드너(Marshall B. Gardner)와 존 리드(John Reed) 같은 사람들은 지구구조에 대한 믿기 어려운 개념들을 담은 이상한 책들을 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독일에서는 전직 전투기 조종사인 벤더(Bender)가 지구공동설을 역으로 뒤집은 주장을 내놓았다. 즉 지구의 내부는 비어있지만 우리는 지구의 바깥 껍질에 사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안쪽에서 살고 있다는 주장이다. 벤더의 주장은 이전에도 미국의 사이러스 티드(Cyrus Teed)라는 사람이 주장한 바 있었다. 당시 미국에는 티드의 주장을 믿는 사람들이 플로리다주의 에스테로(Estero)에 모여 공동체를 형성할 정도로 많았으며, 1908년 티드가 죽고나서 곧 사그러져 버렸다.
지구공동설과 SF : '나는 레무리아를 기억한다!'
이러한 지구공동설과 잃어버린 대륙설은 20세기초 SF소설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1920년대와 30년대 타잔으로 유명한 에드가 라이스 버로우즈(Edgar Rice Burroughs)는 지구공동론을 배경으로 한 펠루시다(Pellucidar) 시리즈로 큰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이러한 가설들을 다룬 가장 유명한 작가는 누가뭐래도 리차드 쉐이버(Richard Shaver)라고 할 수 있다.
SF잡지 <어메이징 스토리즈>의 편집장이었던 레이 팔머(Ray Palmer)는 종종 어떤 이상한 아이디어라도 잘팔리는 이야기로 바꾸어놓을 수 있노라고 뻐기곤 했다. 1944년 어느날 기묘한 원고가 그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 원고는 넌픽션이라고 했으며, 오늘날 지상에서 일어나는 혼돈과 재앙들은 모두 지하세계에 사는 종족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그 원고의 저자가 펜실베니아 출신의 용접공인 리차드 쉐이버였다. 쉐이버는 당시 정신분열증적인 징후를 보이고 있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이상한 빛과 소리를 자주 듣기 때문에 그리 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레이 팔머는 쉐이버의 이상한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그의 원고를 "나는 레무리아를 기억한다!(I Remember Lemuria!)"라는 제목의 소설로 펴내어 출간까지 하였다. 원저자인 쉐이버의 정신병과 팔머의 끊임없는 선전 덕에 이 책은 큰 히트를 치게 되었다. 발행부수가 매진되었으며 어메이징 스토리즈의 사무실에는 자신도 쉐이버와 같은 경험을 했노라고 주장하는 편지들이 밀려들었다.
쉐이버-팔머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아주 오래전 고도로 과학이 발달한 아틀란티스 대륙과 레무리아 대륙 사람들은 태양광이 위험스럽게 늘어나기 시작함에 따라 지구를 떠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우주선을 타고 다른 별로 떠나기 시작했으며, 원래 자신들이 살던 화려한 도시의 관리는 로봇에게 위탁했다. 이들이 떠난 뒤 대홍수가 밀려왔고 아틀란티스와 레무리아는 대지의 밑으로 가라앉았다. 로봇들은 "테로스(teros)"와 "데로스(deros)"라는 두 적대적인 집단으로 갈리게 되었다. 테로스들은 원래 프로그래밍된 데로 선한 로봇들이었지만, 데로스들은 남아있는 아틀란티스의 기술을 자신들을 위해 사용하고, 아직 미개한 상태로 남아있는 인간들에게 고통을 가하려는 사악한 로봇들이었다.
이 소설 시리즈가 성공하기는 했지만, 무려 4년간이나 시리즈가 지리하게 이어지자 출판사에서는 팔머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해고한다. 1948년 팔머는 FATE라는 잡지의 공동창업자가 된다. 팔머는 이후로도 계속 지구공동설에 대한 주장을 폈으며 비행접시들도 외계에서 날아오는 것이 아니라 다름 아닌 지구 내부로부터 보내진 것이라는 주장을 퍼트렸다.
하지만 그는 는 어메이징 스토리즈에 있었을 때 만큼의 큰 명성은 얻지 못했으며, 이후로 지구공동설은 아직까지 UFO관련설에서도 큰 인기를 얻지 못한다. 그저 브린슬리 르 포아 트렌치(Brinsley le Poer Trench)나 얼 클렌카티(Earl Clancarty), 레이몬드 버나드(Raymond Bernard) 박사, 할리 비드(Harley Byrd)와 같은 몇몇 사람들만이 아직도 이 설을 믿고 있을 뿐이다. 과거 20년간 가장 유명한 지구공동설 주창자는 독일계 캐나다 사람인 에른스트 춘델(Ernst Zundel)이다. 이 사람에 따르면 2차세계대전 동안 나찌가 지구내부로의 탐험을 준비했으며 한번은 스와스티커를 단 제트기를 타고 남극을 통해 지구내부로 가는 비행단을 조직했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실험은 실행되지 못했다.
지구가 안이 텅빈 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과학적 증거는 매우 많다. 현대 지질학에서도 잃어버린 대륙이 있다는 것은 모두 허구라고 말한다. 사이러스 티드가 말하듯이 우리가 지금 지구 내부에서 살고 있다면 아폴로호의 달착륙 등의 우주여행은 모두 미국의 사기극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수많은 과학적인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지구공동가설과 같은 신비적 사고방식은 아직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유포되고 있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하여도 사람은 어딘지 알려지지 않은 신비의 공간을 찾아 헤매야만 하는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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